박길준 셀미트 대표 “칵테일 새우 대신 ‘실험실 새우’ 어떤가요” [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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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미국·스웨덴·핀란드서 세포 생물학·암 연구
-. 배양육의 핵심은 ‘배양액’…생물마다 성장인자 달라
-. ‘식품 코드’도 없던 배양육, 내년까지 상용화 목표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언급한 ‘세포배양육’ 시대가 머지않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 따르면 세계 육류시장 규모는 오는 2040년까지 200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이 중 배양육이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는 ‘셀미트’라는 기업이 독도새우를 이용한 세포배양육 제품을 개발하며 배양육의 시대를 앞당겼다. 셀미트는 세포배양 새우를 비롯한 갑각류 제품 개발을 마쳤다. 배양육 판매를 위해 내년 식약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셀미트가 세포배양 새우 개발에 집중한 이유는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새우는 소고기 못지않게 온실가스배출량이 높은 식재료다. 국제삼림연구센터 2017년 연구에 따르면 1㎏의 양식 새우는 같은 양의 소고기 대비 4배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전 세계 약 48조원 규모에 달하는 새우는 절반이 양식을 통해서 생산되는데 이로 인해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생태계를 정화하는 해안가 갯벌 및 습지 파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7일 오후 박길준(47) 셀미트 대표이사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2003년 미국에서 세포생물학, 암을 연구하다 2014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의과대학에서 자가면역질환을 연구했다. 이후 핀란드 헬싱키에서 2019년까지 연구를 진행하다 세 명의 멤버와 함께 한국에서 ‘셀미트’를 창업했다.
왜 새우 세포배양에 뛰어들었나?
Q. 배양육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A. 딸이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가 정말 심했다. 그런데 의사 말대로 질 좋은 고기나 유기농 제품을 먹였을 때 발진 정도가 확연히 나아지더라.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은 품질의 안전한 단백질을 먹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대체 단백질에 관심을 가진 건 스웨덴에 있을 때다. 스웨덴에서는 어딜 가도 식물성, 곤충 기반 메뉴가 있었는데 그게 굉장히 신기했다.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자) 또는 베지테리언 비율도 높다 보니 대체 단백질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2019년에 핀란드 정부에서 미래 산업 10대 과제 연구사업을 모집했는데 ‘세포배양육’ 연구과제가 눈에 들어오더라. 이 프로젝트에 지원해 선정됐다. 투자금 지원과 함께 회사까지 설립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약이 있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2019년 투자를 받게 됐다.
Q. 소, 돼지, 닭도 아닌 왜 갑각류였나
A. 처음에는 소, 돼지, 닭을 개발하려 했었다. 제품화를 위해 식약처에 문의했다가 검증 단계가 너무 복잡해 갑각류로 바꿨다. 배양액에 들어가는 성장 인자들은 (생물)종류마다 다양하다. 문제는 배양액에 들어가는 성분 하나라도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식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또 배양액에 들어가는 6~20가지 성분에 대해 안전성을 인증받아야 하는데 인증 하나를 받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이 든다. 그래서 당장 제품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가 ‘갑각류’를 택했다. 갑각류 배양액은 물, 아미노산, 비타민, 산소 등이 들어가는데 전부 식품 성분에 쓰이는 성분이다. 또 갑각류 세포는 다 자라기까지 20일이 걸릴 정도로 성장이 빠르고 조직구조가 단순하다. 그중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독도새우를 선택했다.
Q. 세포배양 새우, 제품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A. 우선, 살아 있는 독도새우의 줄기세포를 떼내 액체 상태의 배지에서 기른다. 세포가 증식하면 배지와 분리한 다음 그 세포를 식용 물질로 만든 지지체에 넣고 세포를 배양한다. 대량 생산을 위해 새우 모양의 지지체에서 세포를 기르는 대신 배양한 세포를 찍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맛살 찍어내듯이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세포 단계별로 냉동보관을 하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2~3일 내에 7~10g 크기의 새우 완제품으로 바로 제작할 수 있다.
또 일부 소비자가 ‘유전자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시는데 유전자 조작과 세포배양과는 별개다. 물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세포 증식을 빨리할 수 있게끔 만들 수도 있고 그런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셀미트는 그렇지 않다.
Q. 배양육을 국내에서 개발할 때 애로 사항은 없었나
A. 일단 2019년 당시에 투자받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대체육, 배양육에 대한 관심도 지금보다 적었을뿐더러 배양육을 상용화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일단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배양육을 식품으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제품 ‘코드’ 등록이 필요하지만 배양육은 코드조차 없었다.그래도 식약처가 내년 6월까지 배양육도 미래 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규제혁신 주요 과제를 발표하면서 우리도 그에 맞춰서 상용화 준비를 하려고 한다.
소, 돼지의 세포배양육도 개발 중인데 정부가 배양육사업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배양액에 대한 잔류량 검사법을 도입해 기존 기준보다 문턱을 낮춰줬으면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오는 9월까지 세포배양 새우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제품 유통을 위해 준비 중이고 가정간편식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식품기업들과도 활발히 협업 중이다. 또 우리 세포배양 새우를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도록 이경호 셰프를 비롯한 다른 셰프와도 레시피를 연구하고 있다. 양식뿐 아니라 세포배양 새우를 이용한 일식, 한식 시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350㎡ 규모의 서울센터를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 연간 약 10만㎏의 대량 생산능력을 갖춰 시제품 및 제품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새우, 그 맛은?
지난달 셀미트는 서울 강남 청담동 레스토랑 ‘시고로’에서 세포배양 새우 시식회를 열었다. 이날 시식회에서는 다양한 요리법을 활용한 세포배양 새우요리가 나왔다. 셀미트는 안정성을 이유로 익힌 상태의 새우를 제공하는데 한 번 익힌 새우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식감이 천차만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셀미트의 새우는 익혔을 때 붉은색을 띠지 않고 갈색인 점도 생물 새우와는 다르다.
한 번만 익힌 세포배양 새우는 탱글한 식감은 덜하지만 새우의 고소한 감칠맛이 진하면서도 고기의 묵직한 느낌이 강했다. 익힌 새우를 한 번 더 조리해 오븐에 구우면 식감은 좀 더 부드러워지고 고기맛은 진해져 치킨너깃을 연상케 했다.
세포배양 새우튀김은 일반 새우튀김 못지않았다. 한 번 튀겨 새우의 고소한 맛이 증폭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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