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가격· 맛 다잡은 ‘독도새우 배양육’...이젠 출발신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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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혈청 배양액으로 만든 독도새우 배양육이 제품화를 앞두고 있다. 박길준 셀미트 대표가 수년간 밤낮 구분 없이 연구실에서 새우 세포만 들여다본 결과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박길준 셀미트 대표가 경기도에 위치한 셀미트 생산공장에서 시제품 개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강태훈]
2013년 8월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전 세계 과학계와 환경단체,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이목이 쏠린 행사가 열렸다. 네덜란드의 과학자 마크 포스트 박사가 햄버거 시식회를 개최하면서다. 가장 관심을 끈 건 햄버거 속 패티였다. 일반적으로 소를 도축해 만든 다진 고기가 아닌 실험실에서 소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소고기 배양육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실험실에서 세포를 키우는데 든 비용이 33만2000달러(약 3억5000만원)가 소요됐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켜보는 이들을 한층 더 놀랍게 했다.
세포 배양육은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주목받는 대표적인 푸드테크 기술이다. 소·돼지·닭 등 가축을 직접적으로 사육하지 않고 근조직 세포를 배양해 기존 고기류를 대체하는 식품원이다. 동물을 직접적으로 사육하지 않아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도축을 하지 않으니 동물복지 이슈에서도 한 걸음 떨어져 있다. 맛과 식감에서도 기존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만든 대체육보다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세포 배양육이 세상에 ‘데뷔’한 지 10년. 강산이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배양육 산업의 성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게 업계 안팎의 냉정한 시선이다. '개발'에서 '시장'으로 진입하기까지 원가 절감, 대량 생산 기술, 당국의 허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켜켜이 쌓여있단 점에서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국의 셀미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절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배양육 시제품 생산에 시동을 켰다. 셀미트는 2019년 본격적으로 '독도새우'를 중심으로 갑각류 세포 배양육을 개발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업계 통상 기술로 꼽히는 '소태아 혈청 배양액' 대신 세계 3번째, 한국에선 처음으로 '무혈청 배양액'을 자체 개발하며 독도새우 배양육을 만들었다.
세포생물학 박사이기도 한 박길준 셀미트 대표는 "많은 갑각류가 대부분 수입되다 보니 가격이 비싼데, 반면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독도새우가 아이러니하게 kg당 40만원대를 넘을 정도로 ‘귀하디 귀한 몸’이란 말에 무조건 독도새우 배양육을 개발하기로 했다"며 "사업 초기엔 다른 기업처럼 소와 돼지, 닭 배양육을 연구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귀한 단백질원을 섭취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 후부터는 '독도새우 바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배양육 산업화에 보다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독도새우'를 비롯한 갑각류 배양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강태훈]
Q 업계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배양육 산업이 본격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콩고기 상용화 시기부터 생각한다면 그 시간은 훨씬 더 길다. 하지만 콩고기는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화’한 것이기에 맛(taste)에서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그래서 햄버거 패티 등에 주로 쓰이거나 양념이 버무려진 제품으로 판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반면 배양육은 실험실 연구를 통해 실제 육류나 생선의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세포를 직접 길러내 만든 고기 제품으로서 맛과 식감은 보장돼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배양육 100g을 생산하는 데 3억여원이 소요된다면 일반 소비자들이 과연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산 단가가 천정부지로 높은 이유는 아직까지 배양육이 소량 생산에 국한돼 있어 서다.
실제 고기 내 근섬유의 특성상 증식할 수 있는 세포의 양은 극히 소량이다. 세포의 양이 적으니 배양액을 통해 인위적으로 키워내야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배양액의 원가가 현재 글로벌 기준으로 리터당 200만원 안팎에 이른다. 결국 낮은 원가의 배양액으로 세포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배양해 내느냐가 우리 업계의 과제인 셈이다.
Q 일각에선 ‘실험실 고기’란 인식 탓에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실험실 연구에서 시작한 게 맞기에 그러한 시선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일부러 감출 생각도 없고. 그러나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섭취해 온 기존 식품들도 결코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각종 환경오염 문제로 육류, 해산물들도 위협받는 상황 아닌가.
인류 번영과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식품군이란 점에서 각 나라의 관리감독 기관과 배양육 기업들이 함께 마련한 규율과 규정에 따라 안전한 식품 원료를 생산한다면 안정성 우려는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Q 최근 해외의 경우 배양육 시판이 정식 승인됐다던데.
2020년 푸드테크 기업 '잇 저스트(Eat just)'가 세포 배양 닭(cell-cultivated chicken)으로 싱가포르에서 정식 승인받은 데 이어 2023년엔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역시 닭고기 배양육으로 잇 저스트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농무부(USDA)으로부터 각각 제품 판매 승인을 받았다.
셀미트를 포함한 3곳 기업의 공통점은 배양액을 스스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배양액 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이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세계에서 몇 안되는 기업만이 자체 배양액을 개발해 원가 비용을 그나마 낮출 수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두 기업의 제품은 미국 일부 레스토랑 등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걸로 안다. 잇 저스트와 업사이드 푸드가 집중 개발하는 닭고기 배양육의 경우 훨씬 많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만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구조다. 소·돼지 배양육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시장 내에선 두 기업을 두고 '기술력은 있되 상품화 단계까지 도달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를 내놓는 분위기다.
Q 그 말은 반대로 '셀미트는 대량 생산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소·돼지·닭과 같은 포유류와 달리 갑각류는 상대적으로 하등 동물군에 속하면서 무한 탈피하는 게 특징이다. 즉 갑각류를 활용한다면 세포 배양육이 직면한 문제들을 빨리 풀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장 배양액 원가를 1000원대 이하에서 생산하고 있고 배양액 용량도 기존 1만 리터(L)를 갖춘 상태에서 최대 20배 이상까지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 둔 상태다.
물론 셀미트 역시 갑각류뿐만 아니라 소·돼지·닭 배양육에 대한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다만 배양육 산업화에 보다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독도새우'를 비롯한 갑각류 배양육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배양육이 더욱 대중화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제품의 맛"을 꼽으며 "맛을 잡기 위해 유명 셰프들과도 협업하며 여러 조리법과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강태훈]
2023년 10월 셀미트는 식약처의 세포배양식품 관련 승인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박 대표가 2019년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에 포문을 연 후 약 5년 만의 성과다. 빠른 성장세에 대해 박 대표는 “많은 실험 결과를 확보해 둔 덕분에 빠른 시간 내 236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나 팁스(TIPS) 등 국가 R&D 투자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며 “투자 자체도 너무 영광스럽지만 무엇보다 정부 유관기관들이 우리 기업을 통해 배양육에 관심을 갖고 제도 정비에 나서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 더 뿌듯함을 느낀다”고 강조 했다.
Q 식약처 승인 절차가 배양육이 제도권으로 입성하는 데 사실상 최종 단계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돼 가고 있나.
회사 차원에선 안전성 평가를 앞두고 각종 안정성 실험 결과 등 필요한 자료들을 모두 마련해 둔 상태다. 심지어 미국 가이드라인에 맞는 데이터까지 준비해 뒀다. 식약처 심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식약처 측은 식품 원료로서 배양육을 평가하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평가 지표를 공지하거나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더욱 답답한 건 30일이었던 기존 심사 기간을 최근 행정 예고를 통해 최대 270일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외부 투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신생 기업 입장에선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Q 식약처가 지나치게 '신중 모드'인 이유는 왜일까.
아무래도 배양육 식품이 신산업의 영역이다 보니 국내 상황에 맞는 안전 기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을 거듭하는 것 같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업계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셀미트의 경우 국내 배양육 기업으로는 최초란 점에서 더욱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닌가 싶다.
Q 식약처의 승인이 나면 그다음 단계는.
법적으로 세포 배양육이 식품으로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제품화 단계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마트에 제품이 유통이 되고 식당에 식자재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가격 문제와 대량 생산 이슈가 남아 있지만 그 문제는 차차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다.
Q 셀미트가 업계 내 주목을 받게 된 건 '무혈청 배양액'이란 원천 기술 덕분이었다. 이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소태아 혈청 배양액부터 살펴보자. 각종 세포 실험을 하는 세계 과학자들은 임신한 소의 혈청을 뽑아 연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의 태아 피 안에는 어마어마한 성장인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윤리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그렇다 보니 아메리카 대륙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소태아 혈청이 허용돼 있다. 당연히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소태아 혈청 가격은 500ml당 100만원 안팎 수준으로 비싼 값으로 형성돼 있다.
가격도 문제이지만 애당초 배양육이라는 게 환경과 동물복지라는 대의에서 시작한 산업 아닌가. 소태아 혈청 배양액을 이용해 ‘배양육’을 만든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인 셈이다. 그래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무혈청 배양액 개발은 무조건 넘어야 할 산으로 봤다.
다행히 나와 내 아내가 오랫동안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로 활동해 왔고 주변 도움도 많이 받은 덕분에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 개발을 성공할 수 있었다.
Q 하지만 그간 어려웠던 시기도 많았다고.
외부 투자금 유치를 위해 30군데 넘는 투자사들과 미팅을 했지만 당연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든다고 하니 '사기 아니냐'며 반문하는 분들도 계셨다. 대기업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웃음).
무엇보다 신생 산업분야이다 보니 관련 정부 규정도 공백 상태이고 담당 공무원 찾기도 어려웠다. 정부 부처 담당자와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쯤이면 인사이동으로 인력이 교체되곤 했다. 지금 주로 교류하는 부처 관계자도 벌써 세 번째 담당자이다.
통상 혁신 산업이라고 하면 '규제 풀어주세요'라고 강조하는 게 다반사 아닌가. 배양육에 대해선 관리 제도 자체가 없었던지라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규제라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셀미트가 개발한 '독도새우 배양육(왼쪽)'과 이를 활용해 만든 새우요리 모습. [사진=셀미트]
박 대표는 배양육이 더욱 대중화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제품의 맛"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아무리 좋은 재료, 착한 가격이라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동물복지를 준수하고 있어 재료에 대한 품질 논란에선 벗어나 있다. 가격 역시 압도적인 원가 절감을 이뤄 놓은 상태다. 소비자들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라는 고민은 하지 않게 할 수 있단 뜻이다. 그렇다면 결국 얼마나 맛이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 맛을 잡기 위해 유명 셰프들과도 협업하며 여러 조리법과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Q 지난 수년간 관련 산업이 어려웠는데 미래엔 성장 호조로 쉽게 돌아설 수 있을까.
지금 전 세계 배양육을 실질적으로 제품 생산 하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플레이어들 간의 기술 격차가 점점 좁아지면서 업계 자체의 기술력이 향상되는 모양새다. 안정성 문제 역시 각 나라 기준에 맞춰 차츰 보완 및 강화해 다잡으면 된다.
미국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 시장까지 열리게 된다면 세 나라로 진출을 노리는 국내외 기업이나 관련 투자사들도 덩달아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속도로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빠르게 생길 거라 본다.
출처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https://www.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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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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